2022년 4월 7일
나는 평소에 무언가를 준비하는걸 좋아한다.
군대에 오고 훈련소에서 그 정신없는 와중에 영어단어 외우고 책 읽으면서 무언가 닥쳐오지 않은 미래를 준비했다.
유행하는 MBTI를 빌려오면, 미래에 대해 상상을 많이 하는 N과 계획성있는 J가 있어서 그런지 (나는 N형이 극도로 높은 ENTJ 형이다)
새로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시작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문제는 시험이나 자격증처럼 끝맺음을 해야할 때 닥쳐온다.
평소에손을 놓고 있다던가 하면, 계획했던게 나랑 안 맞는 일인가보다 하고 다른걸 찾아보면 되는데.. 평소에는 열심히 준비하고 막상 결과를 내야할 때가 되면 한없이 드러눕게 된다.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인지… 평가받는게 두려운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가 게을러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전기기사 2회차 필기시험이 다가와서… 더 나아가기 싫은 마음에 쓰는 넉두리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인스타에 나오는 책광고중에 닥치면 어떻게든 하게 되니까 일단 지르고 보세요! 하는 자기계발서적이 있다.
닥치면 하게 된다고…? 나는 그 반대인거 같다. 닥치면 진짜 하기 싫어진다.
평소에는 잘만 준비하면서… 왜 막상 시험이 닥쳐오면 하기가 싫을까… 공부시간으로 보면… 시험이 많이 남았을때에는 강의를 평균적으로 3~4강씩 듣고 기출문제도 풀어본다. 근데 막판 스퍼트를 내야하는 시점에서 오늘은 강의를 하나도 듣지 않았다.
자대에 전입을 받은게 12월이었고, CAC도 없고 그냥 사무실에 앉아만 있는게 일이다보니 앉아서 전기기사 공부를 했다. 그게 벌써 4개월이 지났다. 회로이론, 전자기학, 전기기기, 전력공학, 전기설비기기 이렇게 5과목이 있는데
전공과목이었던 회로이론과 전자기학은 배웠던 거라 그나마 이해는 쉬워서 꾸역꾸역 했고, 전기기기는 머리가 정말 지끈지끈 거렸지만 어쨌던 이론강의와 계산문제를 제외한 기출은 어느정도 풀수가 있다. 근데 시험은 한달남았고.. 전력공학과 설비기기 과목이 남았다. 강의만 총 50강정도 남았는데… 너무 하기가 싫다….
공부난이도도 먼저 공부했던 세과목보다 훨 쉬운데…. 왜 이렇게 하기가 힘든지…..
그런 생각도 든다. 필기를 합격해봤자….. 실기라는 더 높은 산이 버티고 있는데….. 고생을 해서 더 고생을 하려고?
전기공부하면서 뭔가 전기쪽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거 같고, 연구실에서 했던 것들이 이해가 되고
물리학을 공부하면서는 알 수 없었던 공학적인 접근법(특히 전기기기를 공부하면서 전동기나 인버터 같은 데에서 어떤걸 고려하는구나 이런걸 배우게 되었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공부할 때는 좋았는데… 막상 시험을 치려니까 자신도 없고 하기도 싫다. 의욕도 없고…
근데 또 그냥 공부만 했다 하기엔 뭔가 남는게 없는거 같아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다.
그냥 나는 “공부하는 상태”라던가 “발전하는 느낌”이 좋았던게 아닐까…
막상 평가받고 실패하게 되는걸 두려워하는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오늘 본 웹툰에선 주인공이 계속 도전하던데… 나는 도전조차 하지않고 그냥 나가떨어지는거 같고…
하기 싫은 핑계만 잔뜩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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