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닌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이 시점에서 나는 이전의 경험들과 마찬가지로 무기력과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다. 석사 과정과 군생활에서도 약 15개월 즈음에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는데, 이번에도 그 주기가 찾아온 것 같다.
항상 약 1년 3개월 즈음에 한계를 느끼는 패턴이 있다. 석사 때는 무언가 대단한 것을 발견하겠다는 꿈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하는 일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에 대한 기대와 투자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결국 그 시점에 군입대를 선택했다. 군생활에서도 체계를 잡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든 사람이 열심히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현재 회사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입사 초기 전송로 자동화 프로젝트를 맡았지만, 윗사람이 자동화와 AI에 관심 없는 분으로 바뀌면서 프로젝트는 흐지부지되었다. 4개월 동안 BGP, ISIS, VPN 등을 열심히 공부했지만, 현장에서는 이전에 해왔던 일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작업이 잘 끝나면 보람을 느끼지만, 입사할 때의 포부와 현재 내가 하는 일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동안 이뤄낸 것들을 돌아보면 다음과 같다.
- IP 교육 반장 역할 수행 : 마이스터분들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깨져가며, 숙제를 받고 검사를 받고 혼나가며) 팀을 이끌었다 (회초리를 맞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지적을 받고 좀 현타도 왔지만 돌이켜보면 덕분에 부족함을 알고 성장할 수 있었다.
- AWS 자격증 취득 : AWS Certified Security - Specialty와 AWS Certified Cloud Practitioner를 취득했다. 당장에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네트워크 직무에서 앞으로 클라우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 같기에 준비해나가고 있다.
- 센터 내 LLM 도입 및 서비스 개발 : 주니어들과 함께 스터디를 통해 LLM을 도입하여 사내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했고, 그 결과 센터 내에서 AICT 교육성과에서 1등을 했다. 사내보안 환경에서 개발하기 위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꽤 고생을 했고 고생해서 얻은 결과를 공유했다.
- 본부 AI보드 활동 참여: LLM을 응용하여 회식 메뉴 추천 프로그램(회메추)과 B2B 상품 추천 프로그램을 B2B분과 NIT개발부서 팀원들 함께 모여 개발하여 개발능력을 기르고 성과로 발표했다.
- 업무 능력 향상: IP교육 이후에도 부서의 마이스터님께 아직도 잘 모른다며 깨져가면서 계속 배워나가고 있다. 그래도 지적받은 부분은 다시 꼼꼼히 공부해서 내것으로 만들고 있다. (DHCP 인증 과정, GIADDR 라우팅 문제 등) 현장 기사들의 개통 관련 민원 전화를 받을 때도 이제는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객 ARP가 올라오는지 L2가 인증을 받았는지 등)
- OLT 개통 프로세스 이해 : 전송로 잡기, IP 부여, 인수 시험, OS 업데이트 까지의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게 되어 업무에서 이제 0.8인분 정도의 역할은 수행하는거 같다. (수용변경과 고정IP넘기는거 넘기고 나서 DB 점검하는 것등은 다시 해보면 감을 잡을꺼 같은데 혼자는 못해봤다)
그래도 이 정도의 기술과 지식으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특히 고객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그렇다라고 답할 수가 없다. 회선점검하고 무슨 문제가 있는거 같다라고 어렴풋하게는 알겠지만서도.. 지빅바꿔보고 라우팅확인해보는게 전부다. 특히 IP를 벗어나 LAN 네트워크로 가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할 지 감이 안온다. 멀티캐스트에 대해서도 IGMP를 보는거나 PIM을 어떻게 보는건지 대충 어렴풋하게만 알고.. 그냥 절체를 넘겨야하는구나 정도만 이해하고 있다. 앞으로 개선해야 하는 부분들을 생각해보면
- LAN 네트워크 지식 강화 : LAN 네트워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패킷의 인증 과정, 와이어샤크를 통한 패킷 분석, 대역폭 관리 등에 대해 더 공부하자. 더 나아가서 UCEMS 등 회사 프로그램에서 뭘 확인해야하는지 실무적으로 확인하고 경험해서 문제를 해결하자.
- 기업 회선 경험 축적 : 담당하고 있는 망은 다른 지역에 비해 기업회선이 적다. 기업 회선의 개통과 관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VPN 회선 점검 방법과 고객 대여 장비 관리 방법도 숙지해야겠다. 특히 개통프로세스와 일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파악하자.
- AI 역량 강화 : 내가 AI 모델을 개발하고 튜닝할 건 아니지만, 회사 방향이 이쪽인만큼 기초적인 AI 이론과 모델(CNN, RNN 등)을 학습하고 응용할 수 있어야겠다. 아마 내년이면 AICE PRO도 따라고 할꺼 같은데, 딥러닝 코드리뷰 예전에 스터디하던거 꺼내서 다시 짚어봐야겠다.
- 클라우드 역량 강화 : 클라우드를 당장 업무에 적용하기는 힘드니까, 자격증을 공부해서 클라우드 기술에 익숙해지고 나중에 기회가 생겼을때 자격증을 어필을 해보자. 12월까지 AWS SAP 자격증을 취득하고 내년엔 AWS Networking Specialty 자격증에도 도전하자. 이미 유데미 강의도 샀다...
어느덧 10월이 되어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이다. 들려오는 소문에는 올해 인사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하지만... 남은 두달 동안 올해를 잘 마무리 해보자. 특히 LAN 네트워크와 VPN은 올해가 가기전에 책보고 공부좀 해보자. 그동안 잘한 것과 부족한 부분을 정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나름 많은 것을 이뤄냈다는 생각이 들고 뿌듯하다. 당장 내일 출근인데 늦지말고 회사 잘 다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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