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성장이란 ‘언제 회사를 떠나도 시장이 먼저 찾는 사람’이 되기 위해 ‘기술’과 ‘성공경험' 그리고 ‘인적자원'을 쌓는 과정이다.
말이 쉽지.. 고교 야구부 학생에게 오타니처럼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이런 말처럼 들린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힘들게 공부해서 힘들게 대기업 입사를 했고 8시반부터 6시까지 일주일 내내 일하는 것만으로도 지치는데 여기서 성장을 어떻게 하나.. 선배들을 보니까 정년보장은 되던데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나는 두가지 계기로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하나는 구조조정이다. 입사 1년차에 구조조정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한 분야의 전문가였던 사람들이 회사의 업무방향 변화로 선택을 강요받는 것을 지켜보면서 전문성이 나를 지켜주는 혜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두번째 계기는 회사에서 하는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더니 그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회사에서의 나의 역할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내가 어필하는 것에 따라 기회가 주어지고 새로운 역할이 주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 알게된 큰손 노희영이라는 채널을 홀린 듯이 보고 있다. 이 분은 비비고, 마켓오와 같은 브랜드를 만든 사람으로 “나를 브랜딩해서 대기업에 파는 법”이라는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그녀의 채널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고 발전시켰는지 모든 과정들을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잘한점과 개선할 점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자기손을 떠난 브랜드임에도 말이다. 기술과 정보는 희석되고 사라지지만 인사이트는 남는다. 어떻게 계속 성공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는지 영상을 보다보니 알 수 있었다. 진짜 전문가의 모습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SNS에서 말하는 자칭 전문가랑은 달랐다. 한번의 성과로 치장하는게 아니라 계속 나아가고 계속 부족한 점을 찾아내며 개선하는 모습이 보였고 언제라도 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볼 수 있었다. 이분이 직장인에게 하는 말은 회사에 충성하고 로열티를 가져라 같은 말이 아니었다. “언제나 엑싯 플랜을 세우며 살아라” , “회사를 떠날 때 무엇을 가지고 나갈 것인지, 어떤 모습으로 엑시트(exit)할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 말이 진짜 전문가가 되라는 말처럼 들렸다. 가지고 있는 기술과 능력을 회사에서 사용하는게 아니다. 회사에서 계속 갈고 닦아서 입사할때보다 더 발전시켜서 나가야한다. 어떻게 나갈지 회사에서 뭘 더 발전시키고 회사에서 뭘 더 가져올 수 있는지를 고민하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회사에서의 삶은 흔히 톱니바퀴 부품에 비유되는데 완전히 반대의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1년차에 구조조정을 맞으면 알게된 인사이트.
전문성의 반감기가 온다.
입사후 1년뒤인 2024년 하반기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목격했다. 이제 막 들어온 1년차 신입사원도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 막 교육이 끝나고 현장에 투입이 되었는데, 그 현장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더이상 회사에선 회선구성, 전원장비 운용을 하지 않을 것이고 자회사로 위임을 하면서 해당 부서에 속한 사람은 자회사로 가라는 것이었다.
신입사원 공통교육에서 해당 내용을 열정있게 알려주던 선배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여도 회사가 그 분야가 필요없어지면 이렇게 쉽게 대체되는구나. 기술을 갈고닦아 전문가가 된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는건 아니구나.
시대가 변화하고 기술이 변화하기 때문에 지금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성과 10년뒤 회사에서 필요한 전문성은 다를 것이다. 광케이블을 포설하는 기술과 전원장비를 구성하고 운용하는 기술자체는 변화하지 않았지만 기술에 대한 수요는 변화했다. 절대적인 전문성과 전문기술은 없다. 시대와 기술이 변화하기에 전문성도 반감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회사에서 무엇을 얻어가야 할까?
팀을 옮기면 관점이 바뀐다.
구조조정을 통해 나의 업무도 변화를 겪었다. 의정부 권역 IP 운용 → IP 코어운용 → IP 품질분석 으로 변화했다. 지역 IP운용에서 코어 IP운용으로의 변화는 운용의 측면을 분야별로 세분화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했던 역할은 트러블슈팅사례를 정리하고 장비마다 등록된 회선정보를 정리해서 이를 팀별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SharePoint)을 만들었다. 회사에서 새로 도입한 MS Platform을 IP운용에 도입 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MS와 협약을 했고 MS Platform에 대해 사내에서 아직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먼저 공부하는 겸 해본 것이었다. 이게 부장님과 센터장님 눈에 띄게 되었고 인터넷 품질개선 과제, 중복 VOC 개선과제 등의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었다. 석사 논문을 쓰면서 데이터분석에 익숙했던 터라 Python과 Power BI로 진행상황 대시보드를 만들고, 만들었다보니까 회의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네트워크 운용에 AX를 도입하려는 본부장님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운용부에서 품질분석부서로 팀이 옮겨졌다.
팀이 옮겨지니까 기존엔 작업을 실행하고 장애에 대처하던 관점에서, 작업을 계획하고 장애건수를 컨트롤 하는 관점으로 바뀌었다.
IP운용이라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생각을 하다가 장비도입, 장애건수분석과 같은 통계적인 측면에서 생각을 하니까 효율적이고 최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장애처리라는 관점도 당장에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고장이 왜 일어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더 생각하게 되었다.
기술에서는 한 발자국 멀어졌지만 이러한 관점의 변화가 전문성은 더 채워주었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장애를 해결하는 데에 머물러있었다면 더 이상 그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때 내 전문성은 필요가 없어지지만 유형별로 장애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면 장비가 바뀌어도 이를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는 데이터가 많다
장애분석을 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느낀점은.. 데이터가 정말 많은데 활용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점이다.
데이터분석의 관점에서 시스템로그 등은 데이터이고 그 데이터를 가공해서 유의미한 수준으로 만드는게 정보, 정보를 분석해서 인사이트를 얻고 인사이트를 내재화하면 지식이 된다.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말은.. 정말 데이터가 많은데 정보는 없다. 장비의 종류와 서비스, 특성이 너무 다르니까 이를 정보로 만드는 것 조차 너무 큰 과제가 된다.
하지만 덕분에 작은 정보만 만들어도 크게 도움이 된다. 다양한 장애경보가 있는데 이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에 지장을 주지 않는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스위칭칩 에러와 같은 경보는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고객도 고장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런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고장출동 정책을 만들때 장비교환보다는 광레벨 등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같은 근거있는 메뉴얼을 만들 수 있게 된다. 회사에는 데이터가 많고 의외로 사람들은 자기업무만 신경쓰지 이런 데이터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회사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얻는게 나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회사의 교육정책과 교육프로그램이 회사가 원하는 방향성이다
회사의 미래 방향성에 가장 민감한 조직이 의외로 교육조직이다. 기사와 같은 자격증을 취득하면 자격수당과 취득비를 준다. 입사할 때에는 전기기사를 취득하면 자격수당 30만원과 취득비를 지원해줬는데 구조조정이 일어났던 해에 전기기사는 취득비만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었었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구조조정 결과를 보니 구조조정 대상 부서와 연관된 자격증은 모두 자격수당에서 제외되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회사에서 자격수당을 지원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분야는 앞으로의 방향성이자 회사에서 밀어주는 직무라는 것이다. 나의 직무와 다르더라도 회사에서 밀어주는 자격증은 취득해야 하는게 좋다. 어쩌면 반드시 취득을 해야 구조조정이 생기더라도 빠져나갈 이유가 될 수 있다.
<대기업을 내 성장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
학교에선 성장이 목표이고 시험을 통해 성적이 매겨지니까 그냥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됐다.
하지만 3년차가 되어보니까. 회사는 좀 다르다. 기본적으로 일하는 곳이고 아무도 성장을 강요하지 않는다. 피드백도 주어지지 않는다.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만이 성장이 아니다. 회사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방법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회사에서 성장하는 방법은 세가지이다.
1. 연관된 새로운 분야로 팀을 옮겨 비슷한 일을 새로운 관점으로 실행한다
2. 조직에서 실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3. 사내 교육제도를 최대한 활용한다
나의 경우
1. 부서이동으로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일을 배우고 전문성을 더 기르게됨
2. 사내강사, 유레카 프로젝트, AX 전환,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되고 일하는 방식을 알게 되면서 인적자원 풀이 넓어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됨
3. 자격수당을 주는 자격증을 매년 취득했다. 사내교육 프로그램에 전부 참여했다.
서두에 성장이란 ‘언제 회사를 떠나도 시장이 먼저 찾는 사람’이 되기 위해 ‘기술’과 ‘성공경험' 그리고 ‘인적자원'을 쌓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아직 회사를 떠날 마음은 없지만.. 나름 성공경험과 인적자원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본부장 표창도 받았고, 수시 포상도 두건을 받았다.